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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법

국제조세와 디지털세: 글로벌 기업의 과세권 재편

by talk4985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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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경제가 만든 새로운 세금의 지도

세계 경제는 지금 디지털 플랫폼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 같은 초국적 기업들은 물리적 공장 없이도 전 세계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은 서버, 알고리즘, 데이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실제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의 국제조세 체계는 “물리적 고정사업장(PE)” 이 있는 곳에만 과세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즉, 판매는 한국에서 이뤄져도 서버는 아일랜드에 있고, 법인은 버뮤다에 있다면 세금은 그곳에서만 납부되는 구조다.

이러한 불균형은 각국의 조세 주권을 약화하고, 국민의 조세 정의감마저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세금 규칙,
즉 **“디지털세(Digital Tax)”**라는 전례 없는 제도를 논의하게 되었다.

국제조세와 디지털세: 글로벌 기업의 과세권 재편

 

2.  기존 국제조세 체계의 구조와 한계

  1. 고정사업장 원칙의 역사
    •  1920년대 국제연맹 시절부터 유지된 원칙으로,
       세금을 부과할 권리는 기업이 물리적 실체를 가진 국가에 있다고 규정했다.
    •  그러나 디지털 경제에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이익을 창출하므로,
       “물리적 존재”의 개념이 의미를 잃었다.
  2. 조세회피의 구조화
    •  초국적 기업들은 세율이 낮은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을 조작해 이익을 인위적으로 옮긴다.
    •  예를 들어, 아일랜드에 있는 구글의 자회사가 광고 수익을 관리하면
       실제 광고가 발생한 나라인 한국, 프랑스, 일본은 과세할 수 없다.
  3. 세수 불평등의 심화
    •  개발도상국은 시장은 크지만 법적 과세권이 없어 손실을 본다.
    •  선진국은 조세회피지로 이익이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글로벌 공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 결국 현 체계는 “아날로그 시대의 세법”으로, 디지털 경제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3.  OECD의 디지털세 개혁안 — ‘두 기둥’ 접근법

국제조세 체계의 개혁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G20이 주도하고 있다.
2021년 OECD는 140개국이 참여한 역사적 합의를 도출했다.
이른바 “두 기둥(Pillar 1 & Pillar 2)” 접근법이다.

  1. 기둥 1 (Pillar One)
    •  디지털 기업의 이익을 ‘물리적 존재’가 아니라
       ‘매출이 발생하는 시장 국가’에도 배분하자는 원칙이다.
    •  예를 들어, 유튜브가 한국에서 광고로 얻은 수익의 일부는
       한국 정부에도 과세권을 부여한다는 개념이다.
    •  이는 소비 기반 과세(Market-Based Taxation) 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2. 기둥 2 (Pillar Two)
    •  글로벌 최저한세(Global Minimum Tax)를 15%로 설정해
       조세회피 국가로의 인위적 이익 이전을 막는 제도다.
    •  만약 한 기업이 조세회피국에서 세율 5%만 낸다면,
       모국 정부가 그 차액 10%를 추가로 징수할 수 있다.
  3. 의의와 과제
    •  100년 가까이 유지된 국제조세 원칙이 처음으로 디지털 환경에 맞게 재설계된 것이다.
    •  그러나 세부 기준(매출 기준, 사업장 판정, 분쟁 해결 절차)은 여전히 협상 중이다.

👉 OECD 합의는 “조세 정의의 국제화”라는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실행에는 정치적 난관이 많다.

 

4. 국가별 입장과 현실적 갈등

  1. 유럽연합(EU)
    •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독자적으로 디지털 서비스세(DST) 를 도입했다.
    •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매출에 2~3%의 세율을 적용하며,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기도 했다.
  2. 미국
    •  미국 정부는 “디지털세가 자국 기업만 겨냥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대신 OECD 협상을 통해 다자적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  이는 사실상 자국 거대 정보통신 기업을 보호하면서도 국제적 압력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다.
  3. 한국
    •  OECD 협약에 참여 중이며,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2025년부터 도입 예정이다.
    •  한국은 수출 의존형 경제이자 IT 강국이기 때문에,
       과세권 확대와 기업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 과제다.
  4. 개도국의 입장
    •  시장 규모는 크지만, 과세권 배분이 적어 불만이 크다.
    •  따라서 향후 OECD 내에서 ‘시장국 몫’의 비율 확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 디지털세는 단순히 세금 문제가 아니라, 국가 주권과 기술 패권이 맞물린 국제경제 갈등의 핵심이다.

국제조세와 디지털세: 글로벌 기업의 과세권 재편

 

5.  법적 쟁점과 기업의 대응

  1. 이중과세 위험
    •  국가별 디지털세와 OECD 표준이 병행되면, 동일한 수익에 두 번 과세할 위험이 있다.
    •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이중과세 조정 협정(DTA) 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2. 과세 투명성과 데이터 접근권
    •  세금을 계산하려면 매출 데이터와 알고리즘 구조가 필요하지만,
       기업들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를 꺼린다.
    •  결국 국가의 데이터 접근권과 기업의 영업 비밀권이 충돌한다.
  3. 조세 행정의 디지털화
    •  세무 당국 역시 데이터 분석·AI 회계감사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  향후 국제조세 행정은 기술 기반 조세 관리 체계로 전환될 전망이다.
  4. 기업의 전략적 대응
    •  다국적 기업들은 세금 부담이 늘더라도 시장 접근을 유지하기 위해
       법인 구조 재편과 조세 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  특히 ESG 보고서에 “조세 투명성(Tax Transparency)”을 명시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6. 조세 정의의 세계화를 향하여

디지털세 논의는 단순히 세금을 더 걷자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공정성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국제사회의 시도다.
경제활동이 국경을 초월한다면, 과세권 역시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법적 정의와 경제적 효율성 사이의 균형을 잡기도 어렵다.
도 불구하고 OECD 협의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은
“조세회피 없는 디지털 경제”라는 공통 목표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

  •  다자적 합의의 신뢰성 확보
  •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정한 과세권 배분
  •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법체계 정립

디지털세는 결국 기술과 법, 국가와 시장이 협력해 만드는 새로운 질서의 실험장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국제조세법은 단순한 세금의 법이 아니라,
글로벌 정의와 책임의 법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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