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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법

국제 해양법과 자원 분쟁: 심해저 광물 개발을 둘러싼 법적 쟁점

by talk4985 2025.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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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다 밑의 새로운 자원 전쟁

21세기 세계 경제는 에너지 전환과 첨단 기술 경쟁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재생에너지 설비에는 코발트, 니켈, 망간, 희토류 같은 금속 자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육상 매장량은 한계가 드러나고 있고,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피해와 지정학적 리스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심해저(深海底, deep seabed) 광물이다.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의 심해저에는 막대한 양의 망간단괴, 코발트 각력암, 다금 속 황화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심해저가 단일 국가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국제 공유 자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자원 개발을 둘러싸고 국제법적 규범과 국가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국제 해양법과 자원 분쟁: 심해저 광물 개발을 둘러싼 법적 쟁점

2.  국제 해양법 체계와 심해저 규율

심해저 자원 개발을 규율하는 핵심 규범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다. UNCLOS는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 공동의 유산(Common Heritage of Mankind)”**으로 선언하며, 특정 국가나 기업의 독점을 금지했다.

  • 국제해저기구(ISA, 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자메이카에 본부를 둔 ISA는 UNCLOS에 따라 설립된 기구로, 심해저 광물의 탐사와 개발을 승인하고 관리한다. 각국은 자국 정부의 후원을 받아 기업이나 연구기관을 통해 탐사권을 신청할 수 있으며, 개발 이익의 일부를 국제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 기술 이전과 이익 공유
    UNCLOS는 선진국이 심해저 개발 기술을 개도국과 공유하고, 수익을 인류 전체에 분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술 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논란이 많다.
  • 환경 보호 의무
    심해저 생태계는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UNCLOS는 환경 영향 평가(EIA)와 보전 조치를 요구하지만, 실제 집행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UNCLOS는 자원의 공평한 이용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목표로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법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3.  국가와 기업의 경쟁 구도

  1. 중국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은 심해저 자원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ISA를 통해 다수의 탐사 계약을 체결했고, 태평양 심해저에 대한 연구와 채굴 준비를 빠르게 진행 중이다.
  2. 미국
    미국은 아직 UNCLOS를 비준하지 않았지만, 자국 기업을 통해 탐사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인류 공동의 유산’ 개념에 비판적이며, 자유로운 접근권을 강조한다.
  3. EU와 일본
    EU는 에너지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심해저 자원 확보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일본은 태평양 해역에서 코발트와 망간이 풍부한 지역을 탐사하고 있다.
  4. 개도국
    ISA를 통한 수익 배분에서 공정한 몫을 요구한다. 그러나 기술력이 부족해 실질적인 참여는 제한적이며, ‘기술 이전’ 의무가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한다.
  5. 민간 기업
    캐나다의 **더 메탈스 컴퍼니(TMC)**는 상업적 채굴을 선도하려 하지만, 환경단체와 과학자들로부터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 이처럼 심해저 자원은 국가적 전략 자산이자 기업적 이해관계의 대상이 되어, 국제 분쟁의 소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4. 환경 보호와 개발 권리의 충돌

심해저 자원 개발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쟁점은 환경 보호와 자원 개발의 균형이다.

  • 환경 파괴 우려
    심해저 채굴은 저층 생물 서식지를 영구적으로 파괴할 수 있으며,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적물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심해저 생물의 상당수는 아직 발견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 개발 논리
    그러나 재생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대량의 금속 자원이 필요하다. 육상 자원만으로는 수요를 맟추기 어려우며, 심해저는 새로운 공급원으로서 매력적이다.
  • ISA의 규제
    ISA는 2025년까지 상업적 채굴 규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개발보다 보존이 우선’이라 주장하며,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심해저는 개발과 보존의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국제 무대가 되고 있다.

국제 해양법과 자원 분쟁: 심해저 광물 개발을 둘러싼 법적 쟁점

5. 학문적 논의와 기업 전략

학계에서는 심해저 개발과 관련하여 세 가지 쟁점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1. 공동 유산 원칙의 실효성
    선진국과 대기업이 사실상 자원을 독점하는 구조라면, UNCLOS의 공동 유산 원칙은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2. 환경법과 개발법의 충돌
    국제 환경법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지만, 국제 경제법은 자원 확보와 성장을 중시한다. 양자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다.
  3. 국제기구의 권한
    ISA가 과연 실질적 집행력을 가는지, 개발국과 개도국 사이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큰 쟁점이다.

기업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 환경 기준 준수: ISA 규정을 충실히 이행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 기술 혁신: 해양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채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 국제 협력: 다자간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환경 보호와 개발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 리스크 분산: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협력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6. 심해저 자원의 미래와 국제법적 과제

심해저는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막대한 위험을 내포한다. 국제 해양법은 심해저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선진국·개도국·기업·환경단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 배터리 산업과 해양 기술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심해저 개발에 참여할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단기적 자원 확보에만 치중할 경우, 환경 파괴와 외교적 갈등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국제 협력·환경 보호를 원칙으로 한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심해저 자원 개발은 단순한 채굴 사업이 아니라 국제법·환경·무역이 교차하는 복합적 과제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어떤 규범을 만들고, 기업이 이를 어떻게 준수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바다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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